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민들레
민들레 홀씨를 그리기 시작한지 어언 15년이
흘렀다.
화판에 장지를 붙이고, 아교물을 끓이고,
손가락으로 하나하나 물감을 깬다.
민들레를 그리기 위한 준비 과정은 길지만,
그 동그랗고 앙증맞은 모습을 생각하면 나도
모르게 살짝 웃는다.
나의 그림에는 무슨 거창한 철학적 뜻은 없다.
그저 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잠시나마,
아!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 좋겠다.
하지만 늘 아쉬움은 남는다.
다음에는 흙만 그려야겠다.
그리고 기다리자!
민들레 홀씨가 날아와 싹이 트기를....
2007. 4. 8
나비
어느날 문득 나비의 시각으로 꽃을 바라보기로 했다.
때로는 달콤한 솜사탕 같은 느낌으로
때로는 시원한 모시 옷감 같은 느낌으로
가끔씩은 도시적인 세련된 느낌으로
나는 나비가 된 것일까?
2011.3.17
새
이제부터는 보이는 것을 그리지 말고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을 그리자.
어떻게 그리지?
그래! 자유를 그리자.
어떻게 표현하지?
진부하지만 날개 달린 것을 우선 그려볼까?
박남수 님의 시 〈새〉가 생각났다.
“하늘에 깔아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, 새는 노래한다.
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쭉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"
시구대로 한 구절씩 그리기 시작했다.
그것이 그림인 줄도 모르면서...
올해로 나의 생물학적인 나이는 이순耳順이 되었고, 붓을 잡은 나이로는 불혹不惑이 되었다.
화가로서는 아직 중년인데 눈이 자꾸만 침침해진다.
눈이 더 나빠지기 전에 세밀한 붓질이 하고 싶어졌다.
몇 작품 하고 나니 도저히 눈이 말을 듣지 않는다.
그런데. 회갑이라는 단어가 초조하게 나를 전시장으로 불러낸다.
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어야겠다. 무슨 변명을 더 늘어놓겠는가!
2016. 9. 7